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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레나트 클라인 (지은이), 이민경 (옮긴이)
- 출판사봄알람
- 출판일2019-11-07
- 등록일2021-02-04
- 파일포맷
- 파일크기26 M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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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대리모에 찬성하는 이유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불임·난임 커플에게는 대리모가 유일한 희망이다.”
“가엾은 게이 남성들에게 ‘안 된다’고 할 순 없잖아요.”
이는 실제로 대리모에 우호적인 이들의 주요한 논거다. 또한 대리모에 반대하는 입장을 어쩐지 드러내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왠지 정말로 아기를 원하는 누군가에게 비정한 일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이를 가질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인간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까지 희생해도 되는가? 그 한계를 정해야 한다.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여성들이 그렇지 못한 다른 여성을 돕는 것은 이타적이고도 숭고한 행위다.”
이 역시 대리모 우호 진영과 미디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리모의 이미지다. 즉 인정 많은 훌륭한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을 돕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남성 기업가 노엘 킨은 「특별한 숙녀들」이라는 교육 영상을 만들어 여학생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영상은 대리모를 여성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행위로 포장해 젊은 여성들이 대리모가 되도록 알선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선전은 대리모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에 실제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여성은 스스로 주체로서 대리모가 될지 아닐지 결정할 수 있다.”
이는 대리모를 옹호하는 페미니즘적 관점이다. 즉 대리모 찬성이 곧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일이라 보는 것이다. 프로초이스 임신 중단 활동가 중 한 명인 레슬리 캐널드는 대리모를 반대하는 이들이 대리모 여성을 가르치려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누구도 “여성이 스스로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그에 따라 선택을 내리는 것을 막을” 권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리모에 찬성하기 전에, 우선 물어야 한다
“대리모는 안전한가?”
누군가가 어떤 의료 절차를 거치게 될 때, 이 과정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전제다. 특히 그것이 수개월간 감당해야 할 인공 임신-출산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대리모는 안전한가?”라고 물었을 때, 그 답은 “모른다”이다. 즉, 대리모가 얼마간 안전하고 얼마간 위험한지를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안전성에 대한 장단기적 연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의뢰자가 ‘대리모를 쓰는 김에 많은 아이’를 원하기에 쌍둥이를 선호하며, 이것을 판매하는 중개인들은 의뢰자에게 ‘하자 없는 상품’을 안겨주기 위해 대리모를 대상으로 수많은 산전·산중 검사를 실시한다. 착상된 배아에 장애가 의심되거나 의뢰자가 원하지 않은 성별이거나 ‘너무 많이 착상에 성공했을 경우’에는 선별 낙태가 이루어진다. 대리모에게 착상된 아이는 대부분이 조산되기 때문에 제왕절개로 태어나며, 그렇게 낳은 아이를 의뢰자에게 보내고 난 뒤 생모는 산후 질병이나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그러나 대리모 계약에 이 과정에서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고지와 지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대리모가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기에 법적 보장이 취약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성 건강에 대한 연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한 의뢰자 부부는 여, 남 쌍둥이를 원했고 대리모 켈리 몰래 그의 몸에 여성과 남성 배아를 주입했다. 그러나 쌍둥이 형제가 임신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들은 켈리를 매우 모질게 대했고 스트레스와 신체 부담으로 병을 얻은 켈리는 의뢰자들이 아기를 꺼내 간 뒤 오랫동안 홀로 의료비를 감당해야 했다. 대리모가 아닌 난자 판매를 했던 카일리는 난소과자극증후군으로 인한 뇌졸중을 앓고 시력과 기억에 영구적 장애를 얻었다.
“대리모는 ‘선택’인가?”
저자는 대리모 행위가 여성의 자주적 ‘선택’이라는 논거에 정면으로 반대한다. 대리모를 원하는 많은 의뢰자가 더 싸고 뒤탈 없는 거래를 찾아 제3세계 국가로 간다는 사실에서만도 알 수 있듯 절대다수의 대리모는 가난한 국가의, 낮은 계층의, 교육받지 못한 여성이다. 인도, 캄보디아, 우크라이나의 여성들은 대부분 마치 감옥과 같은 수용소에서 임신 기간을 보내고, 대개가 그 남편의 ‘포주 짓’으로 인해 이 행위를 한다. 몇몇 주에서 대리모가 합법인 미국이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는 군인의 아내가 대리모를 할 경우 남편에게 연봉 인상이 적용된다. 군인의 아내들은 “대부분 저소득이며 굉장히 이른 나이에 결혼해 아이를 낳기 때문에 검증된 번식용 가축처럼 여겨진다”. 이토록 쉽게 특정 계층이 ‘타깃’이 될 수 있는 현실에서 이를 개인의 자주적 선택이라 할 수 있는가?
저자는 ‘선택’이란 말은 좋은 것 둘 중 하나를 고를 때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온 가족이 네 불쌍한 친척 오빠의 아이를 대신 낳아주라고 종용하는 상황, 혹은 남편이 1세계 백인 남성의 아기를 낳아주고 돈을 벌어 오라고 내모는 상황에서 여성이 대리모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불운한 ‘결정’이다. 대리모를 했던 한 여성은 말했다. “나는 이것을 내 아이 때문에 했다. 이 고통을 지나 내 아이들이 좋은 학교에 가고 더 나은 교육을 받아서 살면서 이런 일 근처에도 가지 않고 다른 일을 해서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대리모는 윤리적일 수 있는가?”
앞의 두 질문에 대한 답에서도 알 수 있듯 대리모는 평등한 세계에서 온전한 권리와 경제력을 가진 여성 개인이 행하는 ‘능동적 선택’이 아니며 이들은 제대로 된 의료 정보조차 얻지 못하고 이 일을 수행하게 된다. 대리모 아기를 의뢰한 호주인 부부가 태어난 쌍둥이 가미와 피파 중 장애가 없는 피파만을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가 한 아기가 버려진 일이나, 중국에서 ‘아들이 없는 것이 한’이라는 고위급 인사에게 뇌물로 대리모 아기를 만들어 바친 이야기를 ‘극히 일부 사례’라 치부해버리기엔 대리모 거래를 둘러싼 어두운 이야기들은 지나치게 생생하고 다양하다.
대리모 산업은 “태국은 잊어라! 체외수정 의료 관광의 중심 케언스로 오세요.” “냉동 배아를 케냐로 보내주기만 하면 됩니다. 없다면, 카이란 생식 서비스가 난자 공여자를 준비해두었습니다” 같은 광고 문구를 내걸며 고객 유치에 열성적이다. 돈이 있다면 의뢰자의 신분이나 자격은 문제되지 않는다. 러시아 대리모에게서 아기를 사 간 게이 커플이 고작 2주 된 그 아기와 성행위를 하고 수년간 집단 성폭력을 가한 사실이 밝혀졌으나 이미 그 아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얻은 뒤였다. 수많은 사례와 연구들을 망라하며 저자는 단언한다. 대리모는 윤리적일 수 없다.
“규제가 답이 될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모를 둘러싼 논쟁에서 많은 이가 말한다. “적절한 규제를 통해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실제로 최선의 규제를 찾는 논의가 국제 대리모 논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묻는다. “여성의 신체와 태어날 아기를 선불 상품으로 판매해도 되는가?” 누가 언제 이것을 ‘파는 데’ 동의했는가, 즉 대리모 산업이라는 것이 존재해도 되는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최선의 규제 조항을 만들자는 논의는 이 가장 근본적 질문을 던지지 않고 중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질문을 던지지 않음으로써 규제의 논의는 ‘대리모’를 정상적인 것으로, 당연히 있는 것으로 만든다. 대리모를 규제하면 문제없다고 말하는 입장의 기저에는 체외수정과 대리모 산업을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존재한다. 이들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인 대리모가 성행하는 현실을 ‘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우므로’ ‘규제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긴다.
“이타적 대리모는 개인의 숭고한 결정인가?”
대리모 옹호자들 중에는 ‘상업적 대리모’에는 반대하지만 ‘이타적 대리모’는 허용해도 된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돈을 받지 않는 ‘이타적 대리모’ 행위는 아기와 포궁의 판매 행위가 아니라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의로 돕는 숭고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 책 6장에 소개된 커크먼 자매의 ‘이타적’ 대리모 사례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아기를 원하는 친언니와 형부를 위해 대리모로 나선 린다와 그의 언니 매기는 의사의 권유로 작성한 임신 동안의 기록을 출판물로 남겼고 여기에는 그들이 겪은 만성적 고통과 기이한 자기합리화 및 분열의 과정이 잘 담겨 있다. 매기는 임신한 여동생 린다를 점차 그저 ‘자기 아이를 밴 몸’으로 대하면서도 제 아이를 품은 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괴리감에 분노와 스트레스의 나날을 보낸다. 린다 또한 위태로운 태아를 뱃속에 품은 채 고통과 불안 속에서 무너져간다. 이들의 사례를 읽으며 독자는 대리모를 가능케 하는 체외수정 기술이란 아기를 원하는 불임 여성에게 행복의 가능성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전적 2세의 생산을 위해 불완전한 과학 기술 안에 여성 개인의 신체와 인내를 바닥없이 쏟아 붓는 행위라는 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왜 대리모 산업이 존재하는가?”
아마도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아기를 원한다 해도 꼭 대리모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입양 외에도 위탁 양육이나 영구 돌봄 같은 방식도 존재하며 이는 입양보다 아이에게 좋다고 알려진 선택지다. 왜 굳이 대리모인가? 대리모는 불임인 한 여성이 아기를 원하고 또 다른 여성이 그런 그에게 아기를 낳아주고 싶어하는, 단순히 두 여성의 주체적 욕망만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광범위한 의료적, 법적, 경제적 기반이 관여한다. 그리고 이 모든 자본을 동원하여 대리모라는 시스템이 산업으로서 존재하는 이유는 명백히 부계 혈통을 위한 것이다. 불임인 이들이 다른 제3자 여성의 포궁과 난자를 빌려서까지 ‘자기’ 아이를 낳고자 하는 욕망은 근본적으로 남성의 것이며 이 절차가 보장하는 것은 ‘대리모를 의뢰한 남성’의 유전자인 것이다. 실제로 대리모 우호 진영은 대리모 산업의 정상화와 의뢰자의 법적 이익을 위해 ‘혈통’을 내세운다. 대리모 거래에서 정자를 제공한 ‘의뢰부’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21세기의 대리모 산업에서, 다시 한 번 부권은 승리하고 있다.
지금 당장 대리모를 중단하라
여기까지 던진 질문들과 그 답들이 지시하는 결론은 하나다. 다음은 세계적 캠페인 ‘지금 당장 대리모를 중단하라(SSN, Stop surrogacy now)’의 성명 일부다.
“우리는 많은 이에게 모부가 되고자 하는 깊은 열망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열망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존재한다. 인권은 그 한계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척도다. 우리는 대리모 행위를 멈추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여성과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리모는 가난한 여성에 대한 착취로 귀결된다. 가난한 이들이 팔고 부유한 이들은 사들인다. 이 불공정한 거래는 적은 보수, 강요, 열악한 건강 관리, 대리모 임신을 하는 여성의 장단기적 건강에 대한 심각한 위협에 대해 고지하지 않거나, 충분히 고지하지 않는다. (중략) 누구도 아이를 가질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이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선택적 독신이든 관계없다. 우리는 세계 각국의 정부와 공동체 리더들에게 이를 끝내기 위한 조치에 함께할 것을 호소한다. 지금 당장 대리모를 중단하라.”
저자소개
생물학자이자 사회과학자. 여성의 장기 건강을 연구하며 30년간 재생산 기술과 페미니스트 이론에 관한 광범위한 글을 썼다. 호주 멜버른의 디킨대학에서 여성학 부교수로 재직했고 페미니즘 독립출판사 스피니펙스를 공동 설립하여 여성의학과 착취적 재생산기술에 관한 책들을 펴냈다. 핀레이지(FINRRAGE, 재생산 및 유전공학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 국제 네트워크)의 공동 설립자이자 국제적 캠페인인 ‘지금 당장 대리모를 중단하라(Stop Surrogacy Now)’의 원년 연대자로서, 페미니스트 학자 겸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다.목차
감사의 말
들어가며
1장 대리모란 무엇인가?
2장 대리모는 안전한가?
3장 대리모를 통해 태어난 아이들
4장 대리모는 윤리적일 수 있는가?
5장 규제는 답이 될 수 있는가?
6장 왜 대리모에 저항하는가?
결론 지금 당장 대리모를 중단하라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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