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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하닙 압두라킵 (지은이), 박소현 (옮긴이)
- 출판사카라칼
- 출판일2020-09-23
- 등록일2021-02-04
- 파일포맷
- 파일크기10 M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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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것이 바로 내가 찾던 재즈였다”
시인 겸 음악비평가 하닙 압두라킵의 단단하고 아름다운 문장들
2019 <뉴욕 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전미도서상 후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
힙합 역사상 가장 지적이고 예술적이었던 랩 그룹
A Tribe Called Quest와 그들의 음악이 열어준 세계
그리고 팬덤, 90년대, 흑인 사회에 바치는 경의와 애도의 말들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이하 ATCQ)는 ‘과거의’ 재즈를 ‘최신의’ 힙합 장르로 가져와 매우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음악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랩 그룹이다. 1990년에 첫 앨범을 내고 2016년 마지막 앨범을 발표할 때까지 수많은 음악인과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쳐온 이 선구적인 그룹을 떠올리며, 작가 하닙 압두라킵은 이들에 대한 책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ATCQ는 이미 비틀스나 롤링 스톤스만큼 뛰어난 성취를 일구어낸 아티스트였기 때문이다. 다만 압두라킵은 그룹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definitive book)’을 쓰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보다는 “음악 비평은 이 세상을 이해하는 맥락 속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그의 신념대로, ATCQ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배경 및 그룹과 함께 성장해온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함께 엮어냈다.
책은 노예제에서 비롯된 미국 흑인 음악의 전통과, 저자 자신이 겪은 인종 차별 경험담으로 시작한다. 흑인 음악이 어떤 애환을 겪으며 생존해왔으며, 흑인들의 음악을 어찌하여 그들의 삶과 분리하여 바라볼 수 없는지는 이 책의 주요한 맥락 중 하나다. 그래서 압두라킵이 다루는 대상은 자연스레 ATCQ라는 랩 그룹 바깥을 아우른다. 그 그룹에게 영감을 준 재즈 뮤지션들과 힙합 아티스트들, 그리고 지난 30여 년간 ATCQ의 충실한 팬으로 살아온 압두라킵 본인의 다채로운 인생사가 이 책엔 진득하게 배어 있다. 또한 1992년 LA 소요 사태를 불러온 인종 문제부터 트럼프 시대의 정치적 양극화까지, 음악과 관련한 사회 이슈들 역시 비중 있게 다룬다. 한편 이 와중에도 저자 특유의 시적인 문장들은 읽는 이의 가슴을 종종 먹먹하게 만든다. 특히 4장과 8장, 10장에서 선보이는 서간체의 편지글은 저자의 내밀한 심경에 더욱 집중하여 독자를 보다 깊은 감정의 골짜기로 이끈다.
비평은 사랑의 행위가 될 수 있을까?
시인이자 음악비평가인 하닙 압두라킵은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시인이지만 동시에 비평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혹은 그래서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대상에도 비판적이 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나는 내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 거겠지요. 다만 누군가를 비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향한 사랑 또는 그에 대한 기대로부터 어긋난 실망에서 비롯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의 음악 비평은 부정적 입장에서 출발하는 경향이 잦은 것 같습니다만, 그런 경우 비평가의 동기는 분노나 냉소, 질투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들에 비평이라는 노력을 들일 만큼 충분한 시간이 없어요. 나에게 비평이란, 사랑의 행위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시간 낭비일 겁니다. 물론 나의 이러한 방식도 가끔은 실패로 귀결되곤 하지만요.”
이것은 이 책이 던지는 근원적인 질문이다. 비평은 사랑의 행위가 될 수 있을까? 혹은 사랑에 바탕을 둔 비평은 가능한가?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 관한 담대한 실험이고, 그 실험의 결과는 독자가 책을 읽고 각자 판명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하닙 압두라킵은 시적 언어가 시뿐만 아니라 논픽션과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오랫동안 고민해온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시적 언어가 오직 시에만 어울릴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시적 언어와 스타일, 그리고 시적 장치들은 더욱 다양한 글쓰기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가령 시를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볼 때, 즉 추상적인 시와 서사적인 시가 있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이 두 방식 모두를 시적 경계를 가로질러 창의적 글쓰기에 적용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닙 압두라킵은 이러한 측면에서 자신의 팬덤을 비평적 글쓰기에 적극 활용한다. 팬으로서의 자아를 전방에 내세우는 것, 다시 말해 비평 대상을 향한 자신의 애정을 탐구와 비판의 모티프로 사용하는 것인데, 실제로 이러한 접근을 통해 그의 해석과 통찰은 더욱 날카로워지는 면모를 보인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주관하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National Book Critics Circle)는 2020년 1월, 이 책을 비평 부문 최종 후보에 올리며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달았다.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점은, 기존의 ‘잘 다져진’ 비평의 정의를 폐기한 후 새로운 비평을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이 책은 감정 없는 분석을 지향하지 않으며, 논리적이고 정연한 태도와는 거리를 둔다. 무엇보다 지금껏 흑인 음악을 관습적으로 다뤄온 비평 방식을 강하게 밀쳐낼 뿐 아니라, 흑인 음악이 스스로 그러한 관습적 개념을 비틀고 변화시키도록 돕는다.” 압두라킵은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고, 편지를 쓴다. 또한 질문을 던지고, 감사를 표한다. 이는 비평가에게 다소 실험적인 시도일지 모르지만, 엄정한 객관성을 포기하는 대가로 그가 얻는 것은 꽤 크다. 하나의 랩 그룹이 자신에게 왜 중요했으며, 그들의 음악이 왜 독자에게도 중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정서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90년대 힙합 씬과 미국 흑인 사회
1990년대는 힙합 음악에 있어 가장 특별했던 시기다. 장르의 탄생 이후 첫 황금기를 맞이했으며, 그만큼 치열한 경쟁과 반목, 진보와 격변으로 점철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책은 ATCQ를 중심으로 힙합의 황금기를 연 주요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개관하지만, 이때조차 압두라킵의 글은 지루한 서술과는 거리가 멀다. 당시 힙합 씬에는 왜 그토록 크루가 많았는지, N.W.A.와 퍼블릭 에너미는 어째서 그토록 공격적인 정치성을 내세웠는지, 아이스 큐브와 닥터 드레가 웨스트코스트 힙합 씬에 불어넣은 새 바람은 무엇이었는지, 우탱 클랜과 맙 딥이 열어젖힌 또 다른 세계는 어떤 것이었는지, 아웃캐스트는 남부 힙합을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는지, 그리고 음악 천재 제이 딜라의 탄생과 죽음에 어떠한 뒷이야기가 있었는지까지, 압두라킵은 지금의 힙합을 가능케 한 90년대 장르 씬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흥미진진한 서사에 실어 기술한다.
미국 사회에 만연한 흑인 차별과 억압이 대중음악과 어떻게 연관되어왔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조명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1955년 미시시피에서 백인들에게 살해당한 흑인 소년 에멧 틸, 1991년 경찰에 의해 무차별 폭행을 당한 로드니 킹, 2016년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필란도 카스틸과 올턴 스털링 등 흑인 사회가 겪어온 수많은 비극을 압두라킵은 그것의 온전한 목격자였던 대중문화와 음악의 시선으로 응시한다. 그래미 어워즈와 랩 음악이 맺어온 불편한 관계에 대한 해석 또한 흥미롭다. ATCQ를 비롯해 수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은 왜 그래미 시상식을 보이콧하고 불참해왔을까? 이는 백인 중심의 대중음악계와 공연의 정치학에 관한 물음과도 맞물려 있다. 음악은 사회의 산물이기에 그 어떤 음악도 체제와 정치로부터 분리해 바라보기 어렵다는 저자의 관점은 이렇게 다시 한번 확인된다.
우리는 왜 예술가를 사랑하는가
겉으로만 보자면, 이 책은 그저 하나의 랩 그룹에 관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음악으로 충만한 사랑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은 어떠한 음악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살핀 관찰기이자 그 음악가와 사랑에 빠져 자신의 삶이 그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얽히게 된 이의 회고록으로도 다가올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ATCQ의 두 래퍼, 큐팁과 파이프 독의 관계를 사려 깊게 돌아보며 우정과 갈등, 사랑과 이해에 대해 사유한 책으로도 읽힐 것이다. 어릴 적부터 서로를 사랑해온 절친한 친구였지만 동시에 일종의 동업자이기도 했던 큐팁과 파이프 독은, 각자의 야망과 갈망이 충돌하며 빚어낸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면서까지 함께 음악 활동을 지속해나가야만 했다. 이 책은 멤버 간의 불화 정도로만 알려진 ATCQ의 해체 이유와 그 속사정을 차분히 되짚음으로써,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비극성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고찰한다.
책의 속내를 파고 들어가다 보면, 끝내는 가장 깊은 곳에 인생과 예술 간의 대화가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음악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문화 전반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가라는 물음과 그에 대한 답변은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것, 즉 팬덤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가능케 하는 것은, 하닙 압두라킵의 섬세한 문장과 폭넓은 시선이다. 압두라킵은 자신만의 강력한 시적 언어로 음악에 걸친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그리하여 음악과 음악인과 음악에 얽힌 삶이 남긴 유산을 더욱 명확한 형태로 빚어 우리 앞에 가져다놓는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더 네이션>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압두라킵은 비평의 연결성을 중요시하는 작가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예술가들을 사랑하며,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사랑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느 랩 그룹에 대한 헌사인 동시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과 그것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슬픔에 관한 성찰을 담은 엘러지(elegy, 悲歌)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게 이 책은 우리가 언젠가 한 번쯤 품어보았을 법한 사랑에 대해 깊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을 그저 음악 이야기가 아닌, 음악적인 언어로 쓴 사랑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결국 이것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소개
시인, 음악비평가. 시집 《The Crown Ain’t Worth Much》와 《A Fortune for Your Disaster》를 펴냈고, 시 작품으로 푸시카트 문학상, 에릭 호퍼 문학상, 허스턴-라이트 기념상 등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피치포크> <MTV> <뉴욕 타임스>와 같은 매체들에 대중음악 관련 글을 기고해왔으며, 음악 에세이집 《They Can’t Kill Us Until They Kill Us》가 <NPR> <피치포크> <에스콰이어> 등 십여 곳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에세이스트로서도 주목을 받았다. 한편 전설적인 랩 그룹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를 중심으로 팬덤과 사랑, 상실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재즈가 된 힙합》은, 음악 분야의 책으로는 이례적으로 전미도서상 후보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이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평단과 대중 모두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신이 사랑했던 지난 시절의 음악을 아카이빙한 플레이리스트 사이트 68to05.com을 런칭하기도 했다. 나고 자란 미국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에 거주하고 있다.abdurraqib.com
목차
추천의 말
1. 이것이 내가 찾던 재즈였다
2. 뉴욕 퀸스에서 시작된 이야기
3. 나만의 크루를 가진다는 것
4. 편지 Ⅰ: 낮은 곳
5. 1990년대라는 황금기
6. 찬란히 부서진 힙합
7. 카세트테이프, 잡지, 그리고 기억들
8. 편지 Ⅱ: 우리들의 마음
9. 사랑과 분노가 같은 이름이 될 때
10. 편지 Ⅲ: 이별 이후
11. 죽은 자들이 남긴 노래
12. 가장 비극적이고도 완벽한 결말
감사의 말